로봇 분야와 개 또는 강아지는 서로 관계가 없어 보여도 로봇 역사를 뒤져보면 나름 의미있는 상관관계를 유출할 수 있다. 강아지 로봇하면 아마도 Sony의 AIBO가 먼저 떠오르겠지만 로봇 공학사에서는 일본 츠쿠바에 있는 기계기술연구소(MEL)의 MELDOG을 효시로 봐야 할 것 같다. 아래 사진에서 그 컨셉을 바로 파악할 수 있듯지 맹도견(맹인의 길을 안내하는 개)의 역할을 수행하는 로봇이다.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개의 이미지를 로봇으로 차용한 멋진 예가 될 듯 싶다. 아쉽게도 본격적인 상용화는 되지 못했다. 왜냐면... 지금으로부터 무려 28년전(1985년)에 만들어져서 당시 기술로 상용화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1985년이면 이제 막 마이크로프로세서가 제어 시스템에 쓰이기 시작한 시점이다. 츠쿠바에 있는 기계기술연구소를 방문하면 은퇴해서 쓸쓸이 한 구석에서 자리잡고 있는 MELDOG을 구경할 수 있다.

일본 기계기술연구소에서 만든 맹도견 로봇 MELDOG
관련 논문: Susumu T achi, Kanzuo T anie, "Electrocutaneous Communication in a Guide Dog Robot (MELDOG)", IEEE T rans. on Biomedical Engineering, Vol.32, No.7, p461, 1985
MELDOG은 장애인을 위한 로봇을 연구하는 사람들에게 많은 영감을 주었고, 최근에는 지팡이에 여러 센서를 장착하여 길안내를 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지만, 본격적으로 앞을 못 보는 사람에게 판매하기까지는 아직도 가야할 길이 멀어보인다.
그 다음에 등장하는 강아지 로봇은 Sony의 AIBO 이다. 잘 알려져 있다 싶이 이 로봇은 특정한 사용 목적이 없다. 그저 가지고 노는 "엔터테인먼트 로봇"일 뿐이다.

Sony의 AIBO. 엔터테인먼트 로봇의 시작을 알렸다.
아이보가 처음 상품화된 시점은 1999년이었다. 이드는 1998년 파리에서 열린 학회에서 프로토타입을 처음 접하고는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다. 인공지능에 관련된 부분보다는 당시 기술로 각 관절에 모터를 넣고 저 크기를 유지하는 기술이 획기적이었는데, 나름 신경써서 만든 부분인지 죄다 특허를 걸어두었다. 1999년 AIBO 등장은 로봇 공학자들에게 여러 가지 충격을 주었는데, 그 중 하나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로봇"을 만들어도 장사가 된다는 점이었다. 당시 버블 경제의 거품이 사라지면서 일본의 많은 로봇 회사들이 힘들어했는데, 1999년에 자동차 도장용 로봇을 만들어 로봇 분야에서 손꼽이는 회사가 도산을 했다. 그런데, 같은 해 등장한 AIBO는 아무런 하는 일 없이(-도산한 회사 입장에선) 그저 노는 로봇일 뿐인데 단숨에 수 천대를 팔아해치우면서 도산한 회사보다도 많은 수익을 올렸다. 로봇 공학자 입장에서는 기가막힌 일이지만 어쨌거나 그 후로 AIBO와 같이 사람과 어울려 노는(?) 로봇 분야를 엔터테인먼트 로봇이라고 이름 붙이고, 새로운 분야가 열렸으며 많은 연구가 진행 중이다. (사실 이쪽 논문은 매우 모호해서 이게 연구인지 아니면 트렌드인지 모르겠다. 감성형 로봇이라고도 하는데 쩝... )
하지만 나름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저가격화에 실패한 AIBO는 sony의 다양한 분야의 사업 실패의 유탄을 맞아 로봇 사업 전체를 철수하는 역풍에 휩쓸려 단종되었다. 최근 PS3 다음 버전과 맞물려 AIBO를 다시 부활시킨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지만 정확하게 확인은 되지 않으니 기다려 볼 수 밖에 없다.
Post AIBO로 중국 장난감 회사나 기타 아마추어 제작자들이 앞다퉈 유사한 시스템을 만들어 내기 시작했고, 최근에도 많이 나오고 있다. 그 중 품에 들어가는 강아지가 아닌 실제 어린애만한 큰 개를 만든 경우가 있어 동영상으로 소개한다.
똥, 오줌 가릴 필요없고, 산책시킬 필요도 없으며, 휴가갈 때 밥 줄 걱정할 필요가 없는 실제 개와 거의 흡사한 로봇 강아지가 만들어진다면 어떤 후유증이 있을까? 애완견 시장이 사라질려나? 아님 수의사들의 수입원이 줄어들려나? 어쨌거나 세상은 계속 발전할테니 수의사 선생님들도 애완견 로봇 수리공(?)으로 전업을 생각하셔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